[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제한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원화가 강세 압력을 받겠으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인(통화긴축 선호) 기조로 인해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3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424.6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1.8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31.7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5.3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새벽 2시 마감가는 1421.0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종가보다 10.7원 내렸다. 야간장에서 한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1419.6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간밤 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 펀드를 △2000억달러 현금투자 △1500억달러 조선업 협력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현금 직접 투자는 우리나라의 외환 지출 여력을 고려해 연간 200억 달러로 투자 상한을 설정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밝힌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최대 수준이다. 자동차 관세 역시 15%로 인하돼, 수출에 긍정적이며 원화 약세 요인이 일부 해소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하면서 야간장에서 환율은 다시 1420원대로 올랐다.
연준은 이날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연준의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3.75~4.00%가 됐다.
하지만 회의 후 기자회견은 시장 예상을 벗어나는 매파적 분위기였다. 파월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이 12월 금리인하를 지배적으로 보는 흐름에 대해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12월 동결 가능성은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34.1%까지 치솟으며 반영됐다. 전날 마감 무렵엔 0%였다.
매파적인 연준에 달러화는 강세다. 달러인덱스는 29일(현지시간) 오후 7시 13분 기준 99.12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아시아 통화는 약세다. 달러·엔 환율은 152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07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미 협상 타결에 이날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강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와 중공업체의 매도세도 환율 하락 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환율 레벨이 낮아진 틈을 타 수입업체 결제와 해외주식투자를 위한 환전 등 역내 실수요 매수세가 들어올 경우 환율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
이날 일본은행이 기준 금리 결정을 하는 만큼, 장중 엔화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화가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일부 관세와 수출 규제 철회 등이 전해질 경우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