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시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 기대는 제한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기조가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으나,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유로존 정치 불안, 일본 정국 변수 등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FOMC 전 경계감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환율은 1390원을 중심으로 박스권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주 초반에는 미국 고용지표 둔화와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에 연동돼 1380원 후반대까지 하락했으며,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도 원화 강세를 지지했다. 그러나 주 후반에는 미국 소비자물가 발표를 앞둔 경계심이 작용하면서 하락 폭을 일부 되돌렸다.
이번 주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9월 FOMC다. 시장은 만장일치로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으며,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25bp 인하 확률은 93.4%에 달한다. 다만, 완만한 실업률 상승으로 침체 우려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50bp 인하 가능성은 6.6% 수준에 그쳐 ‘빅컷’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연준은 고용 둔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만큼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관세 부담으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이 크지 않은 점도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싣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의 하방 리스크 확대”를 강조하며 금리 인하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경계심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연준의 경제 전망과 점도표가 함께 발표되므로, 이들 지표의 변화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장에서는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점도표가 기존 전망(연내 두 차례 인하)을 유지할 경우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인해 달러화는 약세가 예상된다. 이후 예정된 일본은행(BOJ)과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돼 연준과의 정책 차별화 속에 달러 하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유로존의 정치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임으로 인한 타 기축 통화의 추가 약세가 두드러질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은 제어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에는 경기 침체 논란이 수시로 제기될 수 있으며, 금리 인하 폭 전망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경기 부진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환율은 1300원대 중후반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 금리 인하와 증시 자금 유입이 원화 강세를 지지하지만, FOMC 회의 전까지는 경계감으로 인해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 50억원 유지를 시사하면서 국내 증시 자금 유입 강화되는 점 역시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