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390원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더 뜨거웠고 고용은 예상보다 더 차가웠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경로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에 달러 약세를 쫓아 환율은 하락 압력이 우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87.3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3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1.8원, 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2.2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새벽 2시 마감가는 1390.7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1391.8원)보다는 1.1원 내렸다.
미국 노동부는 8월 전품목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7월의 0.2% 상승보다 0.2%포인트 튀어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2.9% 올라 7월의 2.7%에서 상승 각도가 가팔라졌다. 전월비 수치는 시장 예상치 또한 웃돌았다.
월간 기준 0.4% 상승은 지난 1월의 0.5% ‘깜짝 상승’ 이후 최대치다. 관세 여파가 물가에 더 반영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6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26만 3000건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23만 5000건)를 대폭 웃돈다. 지난 2021년 10월 23일로 끝난 주(26만 8000건)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치다.
유로 강세도 달러 약세에 힘을 실어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간밤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의 종료를 선언하며 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췄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인플레이션보단 고용 악화 주목하면서 금리인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베팅은 더 강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7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81.2%로 반영됐다. 전날 68.1%에서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에 달러화는 약세다. 달러인덱스는 11일(현지시간) 오후 7시 18분 기준 97.52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47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11위안대로 소폭 하락세다.
이날 달러 약세뿐만 아니라 정부가 대주주 주식 양도세 기준 50억원 유지를 시사한 덕에 국내증시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원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미 이번 달 10일까지 약 9억달러 순매수를 기록한 거주자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환율 하락 폭을 제한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