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증시 활황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기술주들이 줄줄이 급락세를 맞으면서 국내 증시도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팰런티어가 약 9%, 엔비디아가 약 4% 크게 떨어진 여파로 프리마켓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대 가까이 하락 중이다. 그간 증시가 뜨겁게 달아올라왔던 만큼 차익 실현 욕구와 ‘AI 거품론’이 맞물리면서 조정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분 현재 프리마켓은 전 거래일 대비 2.02% 하락하고 있다.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96%, 3.07% 떨어지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3.35%), 삼성중공업(-2.26%), 삼성SDI(-3.11%) 등 원자력과 조선, 2차전지 테마 모두 크게 하락 중이다.
이에 전날 외국인의 매도로 급락한 코스피가 이날도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부담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뉴욕 증시에서도 AI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커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1.44포인트(0.53%) 내린 4만 7085.2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0.42포인트(1.17%) 떨어진 6771.5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86.09포인트(2.04%) 물러난 2만 3348.64에 각각 마감했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이 뉴욕증시에서 AI 관련 주식의 버블이 ‘닷컴 버블’ 때보다 심각하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AI 기반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팰런티어는 전날 월가 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내고 실적 전망까지 올렸는데도 7.94% 급락했다. 팰런티어의 급락은 다른 AI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 냉각으로 이어졌다. AI 칩 대장주 엔비디아는 3.96%, AI 칩 제조사인 AMD는 3.70% 하락했다. 테슬라(-5.15%), 알파벳(-2.16%), 브로드컴(-2.81%), 아마존(-1.83%), 메타(-1.59%), 오라클(-3.75%) 등 AI 관련 다른 대형 기술주들도 약세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일 외국인의 약 2조 2000억 원대의 코스피 순매도는 올 4월 7일 트럼프 상호 관세발 증시 급락 당시 이후 최대 순매도 금액(당시 약 2조 1000억 원 순매도)”이라며 “2000년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단행했던 역대 5위의 순매도에 해당되는 만큼,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 대한 하방 베팅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외국인의 수급 향방은 코스피 이익 전망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때, 최근 외국인 순매도는 10월 이후 반도체 등 대형주 폭등에 따른 차익 실현의 성격으로 이해되며 본격적인 ‘셀 코리아’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